건축가, 친구의 집 설계
- 일상 / 일상이야기
- 2020. 5. 9. 21:27
건축가, 친구의 집 설계
오래전에 들은 얘기다. 건축가에 다니는 친구한테 들은 얘긴데, 매우 감동적이어서 지금도 기억난다.
어느 가난한 사람에게 건축가 친구가 있었다. 그는 가난해서 집이 없었지만 꼭 자기 집을 갖기를 소망했다. 그리고 그는 집을 갖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다. 열심히 일하고 절약하면서 집에 대한 꿈을 키워갔다.
돈이 모이면 건축가 친구에게 자신이 지을 집을 설계해달라고 하고, 친구는 자신을 잘 아니까 자신에게 잘 맞는 집을 설계할 것이고, 친구가 설계한 집을 짓고, 그 집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꿈에 젖곤 했다. 그리고 자신의 집을 갖기를 간절히 소망한 만큼, 정말 열심히 일을 해서 그는 집을 지을만한 돈을 모으게 되었다.
지금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가난한 사람이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서, 집을 지을 수 있는 돈을 모을 수 있겠는가 싶지만, 아주 오래된 이야기로 그 시절엔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는 건축가 친구를 찾아갔다. 그리고 자신이 지을 집을 설계해달라고 했다. 건축가 친구는 매우 기뻐하며 친구에게 딱 어울리는 집을 설계하겠다고 했다.
이후로 건축가는 항시 친구의 집을 구상했다. 집을 어떻게 설계해야 친구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집을 짓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하루라도 빨리 멋진 집을 설계하기 위해 매일 같이 설계를 구상했다.
그러나 친구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집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을 거듭해도 친구에게 어울리는 멋진 집은 설계되지 않았다. 1년이 가고, 2년이 지나고, 5년, 10년이 흘러도 친구에게 딱 어울리는 멋진 집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고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집의 설계는 여전히 진척되지 않고 있었다. 설계를 부탁한 친구는 단 한 번도 건축가 친구에게 설계를 독촉하지 않았다. 설계에 대해 전혀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친구가 자신의 집을 설계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알기에 오히려 미안할 뿐이었다.
결국 세월이 흘러 가난한 친구는 병들어 죽고 말았다. 그렇게 바라던 설계가 완성되었다는 말을 듣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친구에 대한 믿음의 깊이가 이렇게 감동적일 수 있는 걸까?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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